SKT 전 사장 “아이폰 미도입 이유는…”

일반입력 :2011/01/17 18:00    수정: 2011/01/18 15:17

김태정 기자

“아이폰 없이도 충분한 전력”

정만원 SK그룹 부회장이 SK텔레콤의 아이폰 미도입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무리해서 아이폰을 도입할 만큼 위기를 느끼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지난해까지 SK텔레콤 사장직을 맡아 스마트폰 공세를 총지휘한 그는 17일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서 기자들과 만나 뒷이야기를 풀었다.

■“아이폰 대항마 나올 줄 알았다”

정 부회장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초 아이폰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주력이었던 T옴니아가 성능부족 몸살을 앓았음에도 그랬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6개월이면 국산이 아이폰을 따라 잡는다’, ‘다른 스마트폰으로 차별화한 전략을 가져가자’ 등의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아이폰만 스마트폰인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폰 없이도 SK텔레콤은 국내 이통시장 점유율 50.5%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50.5% 점유율은 아이폰 공세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크게 변한 바가 없다. 지난해 20여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선전한 결과다.

정 부회장은 “SK텔레콤은 다양한 스마트폰을 내놓아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며 “우리까지 아이폰을 꼭 도입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SKT-삼성 특별팀, 갤럭시S 만들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삼성전자가 자리했다. KT의 아이폰 도입 후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특별팀을 구성해 대항마 구축에 나선 것.

정 사장은 “삼성전자와 특별팀을 만들어 각고의 노력 끝에 내놓은 제품이 갤럭시S였다”며 “제품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토종 제조사들의 높은 역량을 볼 때 아이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도 감지했다”고 덧붙였다.

갤럭시S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70일만에 100만대 고지를 찍고, 연말 200만대를 돌파했다. 아이폰 이상의 흥행몰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을 비롯한 전략 제품을 SK텔레콤에 우선 공급하는 등 믿음에 보답(?)을 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필요성이 확 줄어든 이유다.

■아이폰 도입은 여전히 ‘검토’

단,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 선택권 확보 차원에서 여전히 검토 대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연말부터 ‘AS 정책만 SK텔레콤과 맞으면’ 아이폰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애플의 양보가 없어서 상황이 진전되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애플의 양보는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로 직행 가능하다는 뜻이다. 올해 취임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역시 아이폰 도입에 관한 입장은 정 부회장과 같다.

최근 미국서는 1위 이통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아이폰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국가당 한 이통사와만 일한다는 애플의 관행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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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서도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가 기대를 모았고,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한 가능성이 남았음을 시사했다.

정 부회장은 “아이폰 도입을 놓고 애플과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